[시시콜콜 미국 雜(잡)솨 12편] 대혼란의 2021년

차양현 승인 2021.02.04 09:33 | 최종 수정 2021.02.04 09:45 의견 0

1. 주식 전쟁의 서막
3달러에 불과했던 오프라인 체인숍 게임스탑은 헷지펀드들의 공매도 협박과 이에 대항하는 레딧(역 : 미국의 대표적인 커뮤니티 사이트) '월스리트 베츠' 모임의 쌈박질에 힘입어 300 달러를 넘어섰다. 300만명 이상의 주식 개미들이 참전했고 공매도를 가장 많이 쳤던 헷지펀드는 백기 투항했다. 그러나 300달러를 넘은 게임스톱의 주가는 또다른 헷지펀드들의 먹이가 되었고 지금도 100 달러 근처에서 소리없는 전쟁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주 마감에서야 개미들의 승리가 결정되었지만 월스트리트에는 훨씬 더 큰 헷지펀드들이 우글거린다. 피냄새를 맡고 들어온 이들과 미국 개인 투자자들의 싸움은 이제 2차전으로 향하고 있다.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때 가정의 붕괴를 맛 본 당시의 10-20대들의 한어린 내용의 게임스탑 참전글과 당시의 월스트리트 시위를 고층의 발코니에서 샴페인 마시며 구경하던 펀드매니저들의 사진이 SNS에 다시 돌기 시작했다. 바이든 행정부와 민주당의 입장은 곤혹스럽다. 개인투자자들의 염원인 공매도 금지를 한다는 건 미국 금융의 근간을 흔드는 문제라 쉽지않다. 월스트리트와 개인투자자들의 전쟁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2. 일대일로 전쟁의 전조
'Those Bombers China Sent Toward Taiwan? They Were A Dress Rehearsal For War' 포브스에서는 얼마전 '대만으로 보내는 폭격기는 전쟁을 위한 리허설이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기재 하였다. 이는 중국의 노골적인 아시아 지역패권을 향한 본격적인 움직임의 시작이고 이를 저지하기 위해 수년간 중국 포위전략을 써왔던 미국은 곧 인내심의 한계를 들어낼 것이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중국은 군사력으로 미국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최근까지도 미국의 1개 항모를 격침하기 위해선 중국 해군의 40% 가량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러시아 군사 전문잡지인 (Military-Industrial Courier)의 분석 내용도 있었다. 하지만 이는 거의 10년전 이야기다. 현재 중국은 제4함대 창설과 함께 엄청난 해군력 신장을 꾀하고 있다. 2020년 이미 중국은 미국의 점투함 보유대수 293척을 넘어 350척 이상을 보유했다.(미국 국방부의 의회보고서(Report to Congress 2020년)) 또한 미항모에 대항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장거리 대함탄도미사일로 꼽히는 ‘항모 킬러’ DF-21D(사거리 1500km)를 비롯, 사거리가 4000km에 달해 괌까지 타격할 수 있는 ‘괌 킬러’ DF-26 미사일도 배치되고 있다. 이들 대함 탄도 미사일은 음속의 10배가 넘는 속도로 낙하하며 회피기동까지 가능해 현재 기술로는 사실상 요격할 수 없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현재 미국의 군함 부품회사는 단 1곳 뿐인게 현실이다. 그렇다고 중국이 미국에 마냥 군비 전쟁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3. 외교 전쟁의 시작
대한민국 외교부는 '대미 정책소통 T/F'를 구성하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실질적으로 진전시켜 나가기 위한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우리 입장에서야 한미관계와 남북 문제가 가장 큰 문제이겠지만 위에 나열했듯 현재 미국은 자국내의 경제문제, 중국과의 아시아 패권 대립이 훨씬 큰 문제이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가 한국과도 면밀하게 엮여 있다. 지난주 한국 주식의 급락은 미국 헷지펀드들이 손실분을 매우기 위해 한국 보유주식을 대량으로 처분한 결과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실제로 주식시장에서 외인은 1월 29일 코스피에서 1조 4천억원을 순매도 했다. 중국의 일대일로(一带一路) 전략 또한 한반도의 위협을 가중시키는 요소다. 미국 항모의 태평양 투사가 중국의 대함미사일로 인해 위협을 받는다면 미국의 중국 억제 전략은 내륙을 향할 수 밖에 없고 이에 내륙을 통해 불침항모 역할을 할 수 있는 나라는 대한민국을 비롯해 극소수이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는 이미 최악의 시기를 너무나도 안정적으로 넘어왔다. 돌이켜보면 불과 4년전만 하더라도 북핵발사를 자랑하는 김정은 정권과 핵버튼을 내일 눌러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과 혐한과 남북대립을 자양분으로 삼는 아베 정권과 실질적으로 일인독재 체제로 굳어져가고 있는 시진핑 정권과 러시아의 푸틴 사이에서 절대절명의 위기순간을 매번 넘어왔다. 너무 안정적으로 넘어와서 크게 느끼지 못한 것이지 외부에서 바라보는 동북아의 모습은 깊은 계곡 위의 외줄타기를 바라보는 심정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본격적인 외교 전쟁은 이제 새 판에서 다시 시작한다.

4. 그래서 결론은
지금 미국의 국무부장관이 누구냐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누가 외교부에 들어오고 누가 어떤 소리를 하느냐도 크게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세계의 정세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것인가와 어떤 변수가 국가간 갈등을 증폭시킬 것인가이다. 대한민국 행정부의 외교 역량은 충분히 잘 보아왔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남북문제는 이러한 국제정세 속에서 해석될 것이고 각자의 국익에 따라 판단할 것이다. 우리가 할 일은 이러한 정세의 조류를 살펴서 우리의 뱃머리를 잘 맞춰 움직이는 일이다.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그래서  일희일비 하기보다 좀 더 길게 봐야한다. 결과에 얽매여서 조급히 움직이지 않고 묵묵히 내딛는 그 한발이 중요한 시기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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