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 티베트 31편] 에베레스트로 가는 길 ①

백민섭 승인 2021.07.16 09:09 | 최종 수정 2021.07.16 09:18 의견 0

시가체(日喀則, Shigatse)에서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까지는 300킬로미터 쯤 떨어져 있다.

150여 킬로미터 지점의 라체(Lhatse)로 향한다.

시가체를 벗어나면 고원지대의 전형적인 풍경인 황토 벌판과 초원이 술래잡기 하듯 번갈아가며 눈에 든다.

인공으로 조림된 키 작은 수풀지대가 광활하다. 크기를 측정하기 쉽지 않다. 사막화 방지를 위한 중국 정부의 고민과 집요함이 읽혀진다. 조림지대를 벗어나자 다시 고원의 황량한 풍경이 펼쳐지고 그 사이사이 계획농작을 하는 칭커밭이 초원을 이룬다.

가끔 보이는 마을은 전에 없이 달라졌다. 부락들마다 신축공사가 한창이고, 류샹촌(柳鄕村-日喀则市 拉孜县)을 지날 때는 이미 신축된 티베트 전통양식의 아파트나 빌라 형태의 대단위 주택들이 우뚝 서있다. 마을을 벗어나면 돌개바람이 세찬 황토고원이 다시 펼쳐진다.

요칭꽁루(友情公路, Friendship Highway)
요칭꽁루(友情公路, Friendship Highway)

시가체에서 두 시간쯤 달려 318번 국도변에 위치한 시골마을 장꿍촌(强公村)에 도착한다. 봉긋하게 솟은 언덕마루에 타르쵸와 붉은색 사원이 인상적이다. 장꿍촌은 '상하이인민광장에서 5000킬로미터 떨어진 곳'이라는 표지석(西藏拉孜 ⇔ 上海人民广场)이 있는 마을로 여행자들이 잠시 쉬면서 기념사진을 찍는 곳이다.

장꿍촌(强公村) 318번 국도 표지석
장꿍촌(强公村) 318번 국도 표지석

라체의 초입에 위치한 이 마을도 관광지로 조성하려는 듯 온통 공사 중이다. 도로공사와 마을 확장공사로 부산하다. 상하이에서 5000킬로미터 떨어진 이 멀고 험한 오지 마을도 현대화라는 미명에서 빗겨 갈 수 없었나보다.

티베트는 길부터 변하고 있다. 10년 전 소달구지처럼 덜컹거리고 흙먼지를 일으켰던 길은 온데간데없고, 2차선 아스팔트도로가 시원하게 뚫려있다.

여행자에게 번듯한 길은 반갑다. 하지만 흔들리는 몸으로 신세계를 찾아 헤매는 호기심이 무뎌지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요칭꽁루(友情公路, 또는 中尼公路), 즉 318번 국도에 위치한 크지 않은 시골마을 라체(拉孜) 취샤진(曲下镇)을 지난다. 도로변에 늘어선 꽤 많은 호텔과 레스토랑을 지나 서쪽으로 약 5km쯤 가면 라체(拉孜)분기점이 나온다. 챠우썅(查务乡)마을이다. 이곳에서 오른쪽 219번 국도인 신짱꽁루(新藏公路)를 따라 가면 서부 티베트의 신산(神山) 카일라스나 구게왕국 등 아리루트방향으로 갈 수 있고 왼쪽 길인 318번 국도는 초모랑마, 네팔방향으로 간다.

챠우썅(查务乡)마을을 보니 라체도 세월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었나보다. 318번 국도를 통해 들어오는 급격한 문명과 전통문화가 충돌하는 현장은 현재와 과거가 섞인 혼돈이다.

예전에 달렸던 비포장도로는 흔적을 찾기 힘들다.

318번 도로에서 본 히말라야산맥 파노라마
318번 도로에서 본 히말라야산맥 파노라마

라체 출구에서 검문소를 지나자 멀리 설산들이 고개를 든다. 빠져나올 수 없을 것 같은 오지 속으로 점점 향하고 있다. 달리고 달려도 사람을 보기 힘들다. 신작로 같은 하천이 그림자처럼 따라오고 옆으로는 황토 벌판과 나무 없는 민둥산들이 첩첩하다.

초모랑마(珠穆朗瑪-에베레스트의 중국식 이름, 8,848m) 베이스캠프를 향하는 길. 추수가 끝난 농경지에 낟가리가 정갈한 모습으로 겨울맞이를 준비하고 있다.

라체 분기점에서 왼쪽 318번 국도로 접어들어 장무(樟木)방향으로 계속 오르막길을 오른다.

약 1시간 정도 달리면 해발 5248미터나 되는 가초라(嘉措拉山, Gyatso La)고개에 이른다. 요칭꽁루(友情公路)에서 제일 높은 곳이다.

바람이 어찌나 세차던지 몇몇 일행은 차에서 나올 엄두를 내지 못한다. 고갯마루에 설치된 ‘초모랑마자연보호구’라는 입간판과 나부끼는 타루초를 보자 입 꼬리가 살며시 찢어진다.

거대한 신의 영역으로 들어 선 것이다. 멀리 초모랑마는 부르지도 않았는데 점점 다가오는 듯하다.

가초라(嘉措拉山)고개 풍경
가초라(嘉措拉山)고개 풍경
가초라(嘉措拉山)고개 풍경
가초라(嘉措拉山)고개 풍경

차량은 가파른 절벽 길을 지나 뤄뤄취(洛洛曲, Luoluo Qu)를 따라 자춰(加措乡)마을에 도착한다. 향(鄕)단위의 아주 조그만 마을이지만 최근 히말라야산맥이 잘 보이는 곳에 '초모랑마경관대(珠峰服務景觀臺)'라는 커다란 표지석과 함께 전망대를 만들어 놓고 지나가는 여행자들을 붙잡는다. 내리막길 2~3km 가면 오른쪽에 뤄뤄치에 면한 조그만 온천이 있는데 개인여행자라면 들러 볼 만하다.

이곳에서 에베레스트 국립공원으로 가려는 일반여행자라면 약 20km 떨어진 빠이빠( 白坝村)에서 하차하면 된다. 에베레스트로 가는 모든 차량이나 여행자는 반드시 빠이빠의 초모랑마복무중심(珠峰服務中心, Qomolangma service center)에 들러 개인입장권과 차량 입장권까지 구매해야 한다.

뉴 팅그리(定日) 가는 길 옆에 흐르는 뤄뤄취
뉴 팅그리(定日) 가는 길 옆에 흐르는 뤄뤄취

우리는 빠이빠 가기 전 318번 도로에서 벗어나 뉴 팅그리(定日, Tingri) 다운타운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뉴 팅그리 역시 에베레스트를 가기 위한 전초마을이자 장거리 화물 트럭 운전자들을 위해서 조성된 도시다. 올드 팅그리보다 깔끔하게 정비되어 왠지 모를 안도감을 준다. 30분이면 다 둘러보고도 남을 작은 마을이지만 티베트와 네팔 사이의 요칭꽁루 상에 있어, 하룻밤 묵기에는 불편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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